[독서] 3. 다가갈까, 기다릴까 - 3/ 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사전, 김소연

-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달빛에 비친 매력을 Glamor라고 하기도 하지만, Lunatic이라고 하기도 하죠.












  저쪽에 한 사람이 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상처를 껴안고 그 상처를 밤마다 핥고 있는지, 눈빛은 항상 우울하고 어깨는 축 처져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 보고 앉아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어도 고개를 떨구거나 먼 곳을 본다. 그럴 때에 무슨 말을 건네고 싶지만, 말은 안으로 삼킨다. 아주 약간 입술을 움직여 미소 정도만 띠어본다. 그러다가 헤어질 무렵, 부러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고 씨익 웃는다. 

  아무 쓸모없지만, 쓸모없음이 은은히 쌓여가서 희미한 달빛 하나쯤은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눈부시고 환하던 모든 불빛들이 명멸하다 잦아지고 난 후에, 그 희미하던 나의 달빛이 유일한 빛이 되어주는 밤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나의 달빛에 온몸이 젖는 듯한 느낌이 그에겐 들 것이다. 

  오지 않을지도 모를 그때를 위해서 혹은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기에, 마음에 들어온 사람을 이토록 지켜만 본다. 이 사업은 많이 적적한 일이지만, 이 적적함의 속살에는 견딜 만한 통증을 수반하는 훈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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